패밀리들에게-2002 가을
짜장면을 먹으며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 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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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정호승이라는 시인의 시집 '서울의 예수'에
실린 것으로, 내 젊은 날을 떠올리면서 비 오는 밤
한번 음미해 봅니다.
짜장면과 같은 심상(image)의 '검은 밤', 그리고 '검은 밤'이
상징하는 젊은 시절의 불안한 미래.
짜장면이라는 변변치 못한 음식이 나타내는 적당한 군색함
그러나 어쨌든 무미 건조한 패배 의식(-침묵-)보다는
맛있는 짜장면(-살아볼 이유가 분명히 있는 현실-).
그리고, 그러나, 어쨌든, 견뎌내야겠다는 의지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부딪히고 좌절하더라도-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희망만은 꺾지 않겠다는 세상에 대한 숨은 애정......
이런 메시지들이 내게는 읽혀집니다.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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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참조해야 할 사항
1.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다고 우기지 말 것.
왜냐하면 시적 언어는 표준말이나 문법보다 시인이 쓴 표현이
절대성을 가지므로
2. 밑에서 네번째 줄에 나오는 '소독저'는 흔히 '와루바시'라는
일본어로 더 익숙한 나무 젓가락
3. 마지막 두 줄
--비록 슬픔일지라도 결국 살아가는 데 없을 수 없는 요소이므로
받아들여(슬픔을 섞어서) 살아내자 하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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