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말많고 탈많았던 바티칸 투어
** 손에 잡히는 유럽 - 바티칸 투어(2006년 10월 2일)
여행 준비 중 인터넷 까페에서 숱하게 들은 말, 바티칸은 투어를 꼭 받아야 한다!!는 대세에 따라 어느 여행사를 선택할까 몇일을 들락날락 고민했다.
자전거나라, 헬로우유럽, 손에잡히는유럽 등등...
하나같이 해당 홈페이지에는 이용자들의 열화와 같은 후기가 있었고, 게 중 손에잡히는유럽(약칭 손잡이)에서는 유레일을 구입하면 투어 하나는 무료이고 다른 투어는 20%를 해준다기에 이 곳으로 결정!!
유레일도 3개국 6일 셀렉트 상품이였는데 398,000원으로 타 사이트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으니 얼씨구나 싶었다. (싼거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ㅋㅋ)
원래는 도착하는 날 로마시내투어도 신청되어 있었지만 수하물 분실과 컨디션 난조로 포기했으니 여행 기간 중의 유일한 투어가 바로 오늘의 바티칸 투어이니 나름 기대가 된다.
넘어지면 코닿는 위치에 숙소가 있는지라 여유있게 테르미니역으로 향한다.
모임시간은 8시.
한국의 추석연휴라서 테르미니역이 한국인으로 북적 북적하다.
가이드분은 부리부리한 눈매에 머리가 살짝 희끗하신 남자분이다.
꽤 많은 인원이 신청을 했는지 조금 정신이 없을라 한다.
유치원 꼬맹이들 소풍가는 것마냥 우루루 테르미니역 지하로 가서 표를 사서 들어가는 방법까지 큰 목소리로 설명해주신다.
어제, 그제 난 해봤으니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또 다시 열심히 듣는게 매너겠지? ㅎㅎ
하지만 역시 난 그룹투어 체질은 아니다.
그 복잡한 역에서 수십명이 모여서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게 싫다.
그냥 헤매고 실수해도 혼자서 책들고 돌아다니는게 백번 편하지만, 오늘은 참는다.
아니 즐겨야 한다.
바티칸 투어니까... ^^
개인적으로 찾아간다면 이 곳에 8시쯤에 도착하는걸 목표로 움직이는게 좋을듯 싶다.
개관은 8시45분이지만 여유있게 도착해서 사람이 없다면 근처에서 차라도 한잔 하고 투어를 시작한다면 행복하기까지 할 것 같다.
여행 시작부터 몸이 좀 아프더니 오늘은 급기야 최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 같다.
아직 입장도 못했건만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온 몸에 기운도 없고...
불과 5,6년전 나의 별명이 무엇이던가!
'에너자이저' 아니였던가... 아~ 옛날이여... ㅜㅜ
에너지가 없다면 오기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웁스~~
이런 내가 안스러운지 오늘 아침에 극적으로 상봉한 경아언니는 계속 앉아 있어라, 니 짐 나 줘라 까지 난리다.(언니와의 극적 상봉기는 #4 속편에서... ㅋ)
언니 고마워.... 내가 언니를 우대 해줘야 하는데... 경로우대... ㅋㅋㅋ
2시간 30여분을 기다려서 드디어 드디어 입장하는 문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가이드 아저씨, 내내 분위기 영 어수선하시더니 묘하다.
알고보니 오늘 우리 인원이 50명이 모였는데 오디오는 30개밖에 없단다!
난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경아언니는 펄쩍 뛰고 난리났다.
루브르박물관에서 투어 받아봤는데 오디오가 있냐 없냐에 따라 투어의 질이 달라지고 없다면 안받는게 낫다고 강력히 강력히 그 큰 목소리로 주장한다.
쉽게 말해 2,30명이 되더라도 한 방에 들어가서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말을 이어폰만 끼고 있으면 다 들리므로 굳이 가이드 앞으로 쫄랑쫄랑 안파고 들어가도 된다는 설명이다.
음.... 그거 매우 편리하겠네!! 싶었지만 언니가 워낙 강력히 항의를 하는지라 난 그냥 조용히 쪼글시고 앉아있는다. 힘들어서... ㅜㅜ
언니가 하도 항의를 하니 앞에 있는 잘생기고 말꼬롬한 키 큰 총각이 농담 반인지 신경질적인 의미였는지, 우리 못받으면 자기꺼라도 줄테니 그만 하라고 한다.
난 허걱... 했지만 순진무구 열라 발랄한 언니는 진짜요!! 약속해요!! 각서 써!!! ㅋㅋㅋㅋ
여튼 입장료 내고(이건 투어비와 별도) 안에 들어가니 다른 한국인 투어팀은 20여명 정도의 인원으로 후딱 2층으로 올라가는게 보이는데 우리는 인원 모으는데만 10분이다.
우띠... 금쪽같은 내 시간....
잠시 후 우리도 2층에 올라가더니 가이드 아저씨가 죄다 밖으로 나오란다.
그러더니 정말 죄송하다면서 오디오가 20개가 부족하니 투어를 포기할 사람은 100% 환불을 해주고, 오디오 없이 투어를 받는 사람에겐 50% 환불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제와서 왠 청천벽력같은 소리!!! 정말 허거덕스럽다.
아까 오디오 준다는 총각은 에이.. 안되겠네.. 하면서 주겠다는 말 바로 번복한다. (그럴줄 알아쓰!)
그래, 좋다 이거다...
황금같은 연휴기간에 사람 몰릴 수 있지...
하.지.만!!!
우리는 출발 25일전에 서울에서 입금까지 완료하고, 출발 하루전에 내가 본사에 전화까지 해서 확인하고 출발했다.
그렇다면 우리같은 사전 예약자들을 우선적으로 오디오를 나눠줬어야 했는데 가이드 아저씨 실수하시는 것 같다. 화가 부르르 나지만 역시 경아언니가 심하게 화내는 관계로 난 조용히...
당일 현지에서 합류한 인원부터 정리하던가, 오디오를 우선적으로 예약자에게 나눠줬어야 했는데 서울의 예약 시스템 오류라고 말씀하신다.
휴우......... 내가 평소에 베푼 덕이 모잘랐던 건가... ㅜㅜ
박물관내에 있는 오디오 투어를 렌트해볼까 하고 물어봤더니 한국어판은 동났단다.
내가 영어를 원더풀하게 잘하면 영어판으로라도 렌트를 하련만 이건 무리다 무리...
울 나라 역사를 울 나라 말로 설명 들어도 졸음이 올 판국에 무신 영어설명.... 머리 쥐난다.. ㅜㅜ
정말 테르미니역에서 출발할 때 차라리 솔직히 말해줬다면 투어 취소하고 숙소에 들어가 가이드북 들고나와서 개별 투어를 했을텐데 지금 와서 이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오디오 없이 가이드 아저씨 코앞으로 뛰어다니면서 듣기로 했다.
일단 클레임은 서울가서 처리하고 기분 나쁜건 털어버리고 오늘을 즐기는게 최고의 여행으로 남는 것!
가이드 아저씨도 더운 날씨에, 넘치는 인원에, 오디오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악악 지르는 소리에 옆 팀에서 눈치 팍팍 주는 통에 코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설명하는데 안스럽기도 하다.
로마 투어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조금만 뒤져보면 알겠지만 손잡이에는 유명한 '봉샘'이라는 분이 계신 걸로... 알고있다.
나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는데 봉샘 못지않은 유머와 풍부한 지식, 재미있는 입담으로 아침의 까칠했던 분위기는 그새 누그러들고 다들 바티칸의 대작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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